
영화 정보
•제목: 비포 선셋 (Before Sunset)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Richard Linklater)
•각본: 리처드 링클레이터, 줄리 델피, 에단 호크, 킴 크리즈잔
•출시연도: 2004년
•장르: 로맨스, 드라마
•러닝타임: 약 80분
•언어: 영어, 프랑스어
등장인물
•제시(제시 왈러스) – 에단 호크 (Ethan Hawke)
미국 출신의 작가. 전작 《비포 선라이즈》에서 셀린과 하룻밤을 보낸 후 9년이 지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파리로 책 홍보를 오게 된다. 감정적으로도 복잡하고 현실적으로는 결혼한 상태이다.
•셀린(셀린느) – 줄리 델피 (Julie Delpy)
프랑스 파리 출신의 환경운동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감정적으로 섬세하며 지적이다. 제시와의 옛 추억을 안고 살아간다. 현재 남자친구와 연애 중이지만 삶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줄거리 요약
《비포 선셋》은 전작인 《비포 선라이즈》(1995)로부터 정확히 9년 후의 이야기이다. 전작에서 제시와 셀린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하루를 보내며 사랑에 빠졌고, 재회를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이 영화는 파리의 한 서점에서 시작된다. 제시는 작가로 성공해 자신의 첫 소설을 홍보하러 파리에 왔다. 그 소설은 9년 전 셀린과의 하루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다. 서점의 북토크 도중, 셀린이 나타난다. 둘은 놀라움과 반가움을 감추지 못한 채 대화를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한 재회가 아니다. 영화의 러닝타임 약 80분 동안, 실시간처럼 둘은 파리 시내를 걷고 카페에 앉고, 배를 타며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그들의 대화 주제는 9년 전 재회하지 못한 이유, 현재의 연애 상태, 삶에 대한 생각, 사랑의 본질 등이다.
제시는 결혼했지만 아내와의 관계는 불행하다. 아이가 있지만 아버지로서의 삶에 회의감을 느낀다. 셀린 역시 연애 중이지만,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 못한 채 감정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둘은 과거의 감정을 꺼내고, 현실을 직시하고, 진심을 토로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서로에 대한 끌림과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셀린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노래를 부르며 제시를 머물게 하는 장면으로, 제시가 웃으며 “나 비행기 놓치겠는데.”라고 말하며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감상평
《비포 선셋》은 로맨스 영화의 전형성을 철저히 탈피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핵심은 사건이나 드라마가 아니라 **“대화”와 “감정의 흐름”**이다. 실제로 영화의 대부분은 두 인물이 걷거나 앉아서 대화하는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안에는 깊은 감정의 파동과 인간관계의 본질이 녹아 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이 영화가 가진 현실성과 진실성이다. 사랑은 종종 시간과 공간, 선택의 결과에 따라 엇갈리고 사라지기도 한다. 제시와 셀린은 운명적으로 다시 만났지만, 그들이 처한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결혼, 연애, 가족, 시간의 흐름은 두 사람을 각자의 세계에 묶어두지만, 그 속에서도 아직 타오르는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영화는 단순한 재회의 감동을 넘어서, 성숙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삶의 선택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잃게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제시와 셀린의 대화는 시적이고도 날카롭다. 둘은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조용히 서로를 파고든다. 영화는 감정의 파고를 따라 흘러가며, 관객도 어느새 그들의 대화에 몰입하게 된다.
또한 이 영화는 시간의 흐름을 영화 속에서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전작 《비포 선라이즈》로부터 9년 후에 실제로도 배우들이 다시 만나 촬영을 했으며, 영화 속 시간과 현실 시간이 일치한다. 이 점은 영화에 깊이를 더하고, 캐릭터에 더 큰 설득력을 부여한다.
마지막 장면의 열린 결말 역시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다. 제시는 비행기를 놓치게 될까? 셀린과 함께하기로 결심했을까? 정해진 답은 없다. 하지만 그 여운은 오히려 더 큰 감정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는 이어지는 《비포 미드나잇》(2013)으로 이어지며, 그들의 관계의 다음 단계를 보여준다.
결론
《비포 선셋》은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사랑과 시간, 인생에 대한 성찰을 담은 시적인 영화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유려한 연출과 에단 호크, 줄리 델피의 섬세한 연기가 어우러져, 대사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인다. 감정은 절제되어 있지만 깊고,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이 영화는 현대 로맨스 영화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제시와 셀린의 사랑은 우리가 살아가며 잊고 지냈던 감정, 놓친 기회,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떠올리게 만든다. 《비포 선셋》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조명하며, 관객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