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정보
• 제목: 비포 미드나잇 (Before Midnight)
•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Richard Linklater)
• 각본: 리처드 링클레이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 출시연도: 2013년
• 장르: 드라마, 로맨스
• 러닝타임: 약 109분
• 언어: 영어, 그리스어
등장인물
• 제시 (제시 왈러스) – 에단 호크
미국 출신의 작가. 《비포 선셋》에서 셀린을 만나 비행기를 놓친 후 결국 결혼 생활을 끝내고 셀린과 함께 살고 있다. 두 딸을 둔 아버지로서, 작가로서, 또 남편으로서 여러 가지 고민을 안고 있다.
• 셀린 (셀린느) – 줄리 델피
프랑스 출신의 환경운동가. 제시와의 사랑을 선택해 함께 살고 있으며, 현재는 프랑스 정부기관에서 일하며 일과 육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다. 여성으로서의 자아와 모성 사이의 갈등을 느끼고 있다.
줄거리 요약
《비포 미드나잇》은 전작으로부터 약 9년이 흐른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시와 셀린은 이제 결혼한 부부처럼 함께 살고 있으며, 쌍둥이 딸을 키우는 부모가 되었다. 그들은 이번 여름을 그리스에서 보내고 있으며, 제시의 첫 번째 결혼에서 태어난 아들 헨크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공항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는 그리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제시와 셀린의 일상적인 대화로 시작되지만, 곧 그들의 관계에 내재된 균열과 갈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제시는 아들 헨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프랑스로 다시 이사 가자고 제안하지만, 셀린은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그 제안을 반대한다.
두 사람은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사랑, 시간, 관계에 대한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고, 이후 아이들을 맡기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호텔로 향한다. 이 호텔에서의 대화가 영화의 핵심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은 그동안 억눌러왔던 감정과 불만을 터뜨리며 격렬한 언쟁을 벌인다.
결국 제시는 셀린에게 “당신은 지금 이 순간 나와 있고 싶지 않냐”고 묻고, 셀린은 “지금 사랑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제시는 유쾌하게 어린 왕자의 편지를 흉내 내며 셀린의 마음을 달래려 하고, 셀린은 웃음을 지으며 다시 그의 옆에 앉는다.
영화는 두 사람의 미래가 명확히 결정되지 않은 채, 하지만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끝난다.
감상평
《비포 미드나잇》은 로맨틱한 첫 만남(《비포 선라이즈》), 다시 불붙는 재회(《비포 선셋》)에 이어, 사랑이 현실이 되었을 때의 복잡함과 무게를 정면으로 다룬다. 이 영화는 ‘연애’가 아닌 ‘관계’, 그리고 **‘환상’이 아닌 ‘현실’**에 집중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잔잔한 대화 속에 폭발적인 감정을 녹여냈다는 점이다. 특히 영화 후반 호텔 방에서의 30분 가까운 대화 장면은 거의 연극처럼 진행된다. 이 장면은 부부 혹은 장기 연애를 한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 “난 날마다 너를 사랑하지 않아.”
• “넌 예전보다 더 못생겨졌어.”
• “우린 같이 있으면 독이 돼.”
이런 솔직하고 잔인할 만큼 현실적인 대사들은 관객을 때로는 불편하게, 때로는 울컥하게 만든다.
또한, 이 영화는 이전 시리즈에서 보여준 낭만적이고 철학적인 대화들을 유지하면서도, 인생의 무게와 책임을 그 위에 얹는다.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젊은 연인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미래를 걱정하는 어른들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려 애쓴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깊은 울림을 준다.
그리스의 고대 도시를 배경으로 한 시네마토그래피 또한 인상적이다. 이 고대의 시간 속에서, 제시와 셀린은 현재를 살아가며 사랑이 시간이 지나면 어떤 모습이 되는가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단순히 아름답고 달콤한 사랑만을 그린 것이 아니라, 지속된 사랑이란 무엇이며, 그것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결론
《비포 미드나잇》은 사랑의 완성이나 해피엔딩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계속되는 선택과 싸움, 타협과 용서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시와 셀린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견디는 것 역시 사랑의 한 형태임을 이야기한다.
3부작 전체를 관통하며 보면, 이 시리즈는 단순한 연애 영화가 아니라 삶 전체를 관통하는 연애의 연대기다.
• 첫 번째 영화는 설렘과 가능성,
• 두 번째는 후회와 선택,
• 세 번째는 책임과 현실을 담고 있다.
《비포 미드나잇》은 그렇게 우리 모두가 겪는 사랑의 다양한 국면을 성숙하게 그려낸 걸작이며, 진정한 관계란 환상이 아닌 서로를 받아들이고 끝없이 이야기하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명작이다.